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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무엇인가', 신경림 시인의 강연을 듣고 보니(펌)

못난이 유병대 2011. 8. 25. 15:30

지난 6월19일 오후 7시 사)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지부장 안봉옥) 주관으로 시흥시청소년 수련관 한울림관에서 신경림 시인 초청 문학 강좌가 열렸다. ‘시는 왜 존재 하는가’ 라는 주제 아래 진행된 이날 강좌는 많은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의 참여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 신경림 시인 초청 문학강좌    © 양동욱

신경림 시인은 1936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했으며 1956년 ‘문학예술’에 <갈대>등이 추천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새재> <달넘세> <가난한 사랑노래> <길> 등이 있다.

이날 강연의 시작을 시인은 ‘시는 무엇인가?’ 라는 가장 근원적인 명제에서 출발했다. 시인은 이날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시의 존재 자체 또는 존재 이유, 시가 앉은 자리, 시의 역할 등을 자분자분 풀어놓았다.

시인은 시를 써온 시간이 50년이 넘었고 지긋지긋하게 시를 썼으며 지금도 쓰고 있다고 했다. 시는 그 시대의 질문이며 대답이 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이며 발견이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웠다. 또한 시인이 시를 쓸 당시의 어두운 상황(6.25, 유신체제, 광주민주화운동)등을 소개하며 그의 시가 앉은 자리들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시가 어떻게 현실을 수용할 것인가

이날의 주제인 ‘시는 왜 존재 하는가’에 대한 답으로 시인은 시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삶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 그 시대의 아픔, 슬픔을 얘기하며 나누는 것이 힘이 된다고 했다. 시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절망에서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기도 하며 삶의 깨달음을 얻어 또 다른 씨앗을 꿈꿀 수도 있다는 말로 알아들었다.

강연 내내 시인이 강조한 것은 시인이란 무릇 그 시대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게으름까지 제대로 이해하고 껴안아 시를 써야 한다는 점이었다. 18세기 말엽 ‘워스워드’의 말을 인용한 시인은 “다른 사람이 미처 알지 못하는 것들을 먼저 보고 생각하며 느끼고 만져 힘 있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진정한 시의 역할을 강조했다. 감정만 앞서 들뜬 것은 시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얘기하는 시인의 작은 체구가 참 커 보였다.

이날 시인은 방청객으로 온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듯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정한 말의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며 다른 사람이 못 가진 행복을 한 가지 더 가지고 사는 거라는 덕담을 쥐어주었다. 또한 시를 많이 읽고 시와 자주 놀 때라야 시를 이해하기 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 손에 잡히지 않지만 존재하는 그것-詩

끝으로 방청객의 질문을 받은 시인은 <농무>를 쓸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어둡고 희망도 없는 시대였지만 어딘가에 빛이 존재할 것이고 그 빛이 들어올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뒤이어 언제 가장 행복하냐는 질문 앞에서는 천진한 예닐곱 꼬마아이처럼 누군가 당신 시를 좋다고 할 때 가장 행복하다며 해맑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시인은 시가 많은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으면서도 왜 존재 하는가에 대한 답으로 시만이 가진 독특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다. 그 아름다움은 시만이 가진 색체와 향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시인이 처했던 현실과 경험을 버무려 내놓았다.

분명하게 손에 잡히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것을 찾고 지키기 위해 시를 쓴다는 시인의 낮고 소박한 언어에 팔 하나 내밀어 어깨를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잠깐 일었다. 누군가에겐 다리가 되고 꿈이 되고 별이 되는, 시가 건네는 말에 귀 하나 오래 던져두고 싶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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