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유병대 2011. 8. 6. 17:27

SK텔레콤, KT, LG 유플러스 등 우리나라 이동통신 3사는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이자 동시에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유통 사업자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휴대폰은 통신사가 제조사로부터 사들인 후 다양한 요금제 등의 서비스 상품과 함께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판매 주체가 이통사이기에 제조사들은 일부 유통폰으로 시장에 내놓고 있긴 하지만 직접 판매에 나서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정책적으로 밀고자 하는 단말기가 있더라도 이통사가 각종 보조금을 투입해 판매하는 제품 가격보다 비쌀 수 밖에 없었고, 설사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라 할지라도 무리한 판촉 활동을 벌일 경우 자칫 이통사의 눈 밖에 나 타 제품 판매 시 보조금이 적게 투입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같은 휴대전화 유통망에 일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방통위가 단말기 관련 정책을 기존 화이트 리스트에서 블랙 리스트로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탓이다. 조금은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방통위의 신규 정책이 무엇이며 소비자 입장에서 향후 무엇이 달라지는지 살펴본다.

화이트 리스트 제도 사라진다

지난달 13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어떠한 휴대전화 건 이통사에 별도로 등록하지 않더라도 개인이 소유한 유심 칩을 단말기에 연결하면 바로 개통시킬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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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G 이상 단말기는 IMEI 번호가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 단말기 인증번호(IMEI)를 이통사 망에 등록한 단말기만 개통해 쓸 수 있는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참고로 IMEI는 제조사에서 휴대폰 출고 시 제품마다 고유하게 붙이는 15자리 식별번호다. 해외에서 개인이 들여온 단말기에 SKT나 KT USIM을 꽂는다 해서 단말기를 이용할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이 화이트 리스트 제도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통사 망에 IMEI 번호를 등록하지 않더라도 개인이 보유한 USIM 칩만 휴대전화에 연결하면 어떤 휴대폰이건 개통 과정이 완료된다. 화이트 리스트 제도와 다른 블랙 리스트 제도다. 분실/도난 신고가 되지 않은 3G 단말기라면 어떤 제품이건 유심 칩만 꽂으면 개통 과정이 완료된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제조사들에게서 직접 구입하거나 지인에게서 선물로 받은 단말기를 대리점에 들고 가지 않더라도 그 자리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현행 화이트 리스트 제도 하에서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구입하려면 단말기 의무 사용 기간과 요금제 가입 조건 등 이통사가 제시한 복잡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해야 한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자칫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랙 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의 단말기만 구입하면 되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덜 수 있다. '무료 요금제'라는 이름으로 스마트 폰 구입 시 의무적으로 가입하던 요금제도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취사선택 할 수 있기에 의미 없이 버려지는 무료 통화/문자/데이터 용량 등으로 인한 자금 지출을 미연에 막을 수 있다.

휴대폰 자판기가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블랙 리스트 제도가 시행되게 되면, 소비자들은 편의점이나 주요 매장에서 손쉽게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극단적으로는 휴대폰 전용 자판기가 나올 수도 있고, 편의점에서도 단말기 구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미국 공항이나 해외의 경우 심심치 않게 일회용 휴대전화나 폰 자판기 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중국처럼 IMEI 넘버가 존재하지 않는 모조품들이 판매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법상 휴대폰을 비롯한 전지 기기를 이용하기 위해선 전자파와 관련된 KCC 인증 등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데, 기기 인증 번호조차 없는 제품이 유통되는 것은 사실상 불법이다.

제조사들, 유통망 확보가 관건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되면 휴대폰 유통의 무게 중심이 이통사에서 제조사/전문 유통점으로 넘겨진다. 이에 따라 업체 간 단말기 판매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삼성전자의 딜라이트 샵

문제는 판매망의 확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전국에 대형 가전제품 유통 망이 있기에 블랙리스트 제도 하에서도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규모가 큰 만큼 오픈마켓 판매점 등을 통한 유통도 손쉽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딜라이트 샵과 LG전자의 하이마트가 상당한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그러나 팬택과 케이티텍, 외산 제조사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국적인 유통망 확보에 들어갈 자금 투자가 만만치 않을 것이며 동시에, 판매처에서 휴대폰만 팔아서는 수익 남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삼성이나 LG와 같은 전문 모바일 샵 구축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온라인 유통에 집중해도 되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 있으나, 제대로 된 오픈마켓 유통 라인 확보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때문에 현재의 유통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도 되지 않겠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으나 방통위 정책이 화이트 리스트 제도 유지 쪽으로는 가지 않을 공산이 크기에 업체들 간 '제휴' 형태의 유통망 구축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통사들의 보조금 축소=시장 규모 축소 ?

현재 방통위는 화이트 리스트 제도를 어느 날 이후 완전히 없애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십년 이상 유지되어 온 정책을 하루 아침에 바꿀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휴대폰 유통 구조는 조만간 화이트리스트/블랙리스트 제도가 공존하는 것으로 변화된 후, 향후 블랙리스트 제도 쪽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블랙 리스트 제도의 시행이 시장 규모 축소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휴대폰 판매를 위해 이통사가 다양한 형태로 지급하던 보조금 및 장려금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 제도 하에서 이통사는 제품 판매를 위한 별도의 보조금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 때문에 단말기 판매가가 종전 대비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짜폰', '버스폰' 등 시장에 자주 등장하는 저가폰이 앞으로는 만나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다.

보조금이 축소되고 휴대폰 가격이 높아지게 됨에 따라, 신규 제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 심리도 약화될 전망이다. 제 아무리 신형 휴대폰을 선호하는 이라 해도 제품 구입에 따른 비용 부담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탓이다.

과연 언제쯤 블랙 리스트 제도가 시행되게 될까? 방통위의 행보가 기대된다.